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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삼척시사회복지협의회 0 6,793 2011.11.15 11:43
<2011 드림스타트 체험수기 공모전 아동부문 최우수작> 
 김용환 (등록/발행일: 2011.11.09 14:07 )    
  저는 부모님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빠는 제가 '아빠'라는 말로 옹알이를 하기도 전에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집을 나가 버리셨습니다. 
 형은 가끔 엄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도 기억나고 아빠의 웃는 얼굴도 기억난다고 합니다. 저도 아빠의 웃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형은 공부를 잘해서 항상 할아버지께 칭찬을 받습니다. 
 반대로 저는 공부를 잘하지 못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버지 사업이 망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이 맨 날 싸움을 해서 엄마의 태교 부족으로 제가 공부를 못하게 된 거라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주눅이 들면서 이 모든 일들이 저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서 괴롭기만 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머뭇거렸으며 자신감 없는 행동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왕따 신세가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일이 커져서 반 친구 모두에게 왕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이 힘들기만 했고 다른 친구들은 행복해 보였지만 저는 불행한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집에 논산시드림스타트라면서 선생님이 방문했고 선생님은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우리 가족의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3시간이나 듣고 가셨습니다. 선생님은 많이 지쳐 보이셨고 긴 시간 이야기를 들어주신 선생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몇 달 후 드림스타트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 학습지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공부를 도와주고 돌아가는 학습지 선생님에 대한 불만으로 할아버지께서는 드림스타트로 찾아가셨고 할아버지는 불만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학습지만 연결해주면 다냐고 따지셨습니다. 드림스타트센터 선생님께서는 저의 학습진행 상황을 매주 파악하시고 할아버지께 설명 드리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사과를 하면서 오해가 풀렸고 우리가족과 드림스타트는 더욱 가까워 졌습니다. 그 후 공부는 싫어하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저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 과학자가 꿈이었던 저는 드림스타트에서 진행하는 과학교실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도 과학실험교실은 있지만 실습비와 재료비를 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께 과학실험교실에 신청하고 싶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 드림스타트에서 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무료로 참여하게 해주셨습니다. 
 학교 가는 토요일 방과후에 드림스타트과학교실이 열렸고 첫 날은 친구들이랑도 어색했습니다. 사진에 찍히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실험 도구나 준비물이 각자에게 돌아가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마치 과학자가 된 것 같았고 이제까지 느꼈던 서러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과학교실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니 배에서 꼬르르 소리가 났고 집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니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드림스타트 선생님이 "용환아 어디가니?"라면서 부르셨습니다. 저는 대답없이 선생님을 쳐다봤고 선생님은 저를 데리고 분식점으로 가셨습니다. 분식점에는 과학교실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김밥과 어묵, 만두를 먹었고 드림스타트 선생님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 오신 쿠키를 한 봉지씩 선물로 받았습니다. 너무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어서인지 꿀맛이었습니다. 저는 쿠키 봉지를 들고 드림스타트 선생님 손에 이끌려 선생님 차에 올랐습니다. 버스를 타도된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선생님은 이번만 태워다 주겠다고 하시면서 집까지 태워다 주셨습니다. 
 드림스타트 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저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왜 나 같은 애한테 잘해주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고 나중에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교실이 시작되는 첫 날부터 과학교실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랑의 쿠키를 한 봉지씩 들고 웃으면서 선생님 차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선생님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과학교실은 끝났고 저는 과학자의 꿈을 다시 가지게 되었습니다. 과학자가 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문제는 공부 잘하는 우등생 형에게 물어보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드림스타트선생님께 전화가 왔고 선생님은 "용환아, 드림스타트에서 뮤지컬을 하게 되었는데 뮤지컬 전에 우리 용환이의 장래 희망과 드림스타트에서 느낀 점 등을 발표하면 어떨까?"라면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자신이 없었고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용환이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화했는데 생각 바뀌면 전화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형이 발표력이 좋고 똑똑하니까 형이 하는 것이 어떻겠냐면서 드림스타트 선생님께 전화를 하셨습니다. 몇 칠 후 드림스타트 선생님은 집에 찾아오셨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용환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용환이를 믿습니다."라는 말을 남기셨고 제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 글을 열심히 썼고 드림스타트 선생님께서 때때로 방문하셔서 발음을 교정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제가 쓴 글을 논산문예회관에서 발표하는 날이 왔고 저는 자신 있게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 떨렸지만 어디선가 저를 믿고 큰 행사에서 발표를 하게 해주신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글을 읽고 돌아와 앉았는데 뒷자리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시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드림스타트선생님께서 저를 안아 주시면서 "용환아, 잘 했다. 난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믿었고, 넌 가능성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대견하다면서 안아주셨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멋진 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논산시드림스타트에서 보내주신 프로그램 신청서에 몇 가지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드림스타트센터에 가서 쌘뽈 여고 누나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공부를 지도해줘서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저도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면 드림스타트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저처럼 꿈은 있지만 그 꿈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를 믿고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저는 힘이 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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